☆월간 파크골프 저널 紙에 칼럼으로 기고된 글 입니다. 무단 퍼가기는 아니되옵니다.
그린 위에서 찾은 행복. 손상우 교수의 파크골프 산책
-세대 공감의 스포츠, 파크골프가 잇는 마음의 다리


삶에는 예고 없이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 그 순간은 교통사고였다.
사고 직후 나는 7일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무의식의 어둠 속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 채, 생과 사의 경계 어딘가를 떠돌았다고 들었다.
가족들은 내 손을 붙잡고 기도했고, 의료진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밤낮없이 애썼고 주변인들의 지극정성이 더해졌다고 한다.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시간은 분명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꾼 출발점이었다.
일주일만에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6개월간의 입원 치료, 얼굴과 몸 곳곳에 남은 상처와 흉터,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근육과 쉽게 지치는 체력,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정신적인 불안감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휠체어를 탈출하고 스스로 설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거울 속 초췌한 내 모습은 낯설었고, 사회활동에 제약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빠져버린 다리 근육으로 정상적인 생활 복귀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사는 내게 말했다. “천천히 걷는 운동하세요. 무리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재활의 첫걸음은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몸은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듯했지만, 마음 깊은 곳의 두려움과 공허함까지 채우기에는 무언가 모자랐다.
나는 다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고, 다시 살아 있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 무렵, 우연히 장애인 파크골프장을 찾게 되었다. 공 하나와 채 하나, 그리고 짧은 코스. 처음에는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한 번 스윙을 해보는 순간, 나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났다. 공이 페어웨이를 따라 굴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파크골프에 빠져들었다.
파크골프는 겉보기엔 단순하다.
짧은 거리, 간결한 규칙, 부담 없는 장비, 그러나 그 안에는 깊은 철학이 숨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고, 경쟁보다 배려가 앞서는 스포츠. 세대가 달라도 한 조가 되어 웃고, 실수를 해도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따뜻한 공동체였다.
파크골프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파크골프의 물결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특히 구미시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에서 파크골프장은 건강 회복과 세대 화합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그 현장에서, 그리고 교육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파크골프 코스와 닮아 있다.
페어웨이처럼 평탄한 길도 있지만, 깊은 러프에 빠질 때도 있다. 벙커에 갇혀 몇 번을 쳐도 탈출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때로는 방향을 잘못 읽어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기도 한다.
내 인생의 사고와 투병의 시간은 분명 깊은 벙커였다.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마음은 러프에 빠진 공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파크골프를 하며 깨달았다. 벙커에 들어갔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한 번에 나오지 않으면 두 번 치면 되고, 방향을 다시 잡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마침내 공이 그린에 올라서고, 마지막 퍼팅으로 컵인에 성공하는 순간 그 통쾌한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점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다시 해냈다”는 증명이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내게 파크골프는 바로 그런 메시지를 건네는 존재였다.
파크골프는 제 직업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직업의 변화라기보다 삶의 방향 전환이었다. 사고 이전의 삶이 속도와 성취에 무게를 두었다면, 사고 이후의 삶은 균형과 공존, 그리고 감사에 중심을 두게 되었다. 나는 이제 점수보다 과정을, 경쟁보다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긴다.
그린 위에서 나는 다시 사람들과 웃기 시작했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것은 더 이상 부끄러움이 아니라 회복의 증표가 되었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안고도 한 홀 한 홀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인생 2막의 완벽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면, 파크골프장으로 나오십시오.”
파크골프는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 함께할 수 있다는 따뜻함, 그리고 오늘 하루를 감사로 마무리하게 만드는 소박한 행복.
7일간의 혼수상태, 6개월간의 병상 생활, 그리고 끝날 것 같았던 불안의 시간 그 모든 시간을 지나 나는 지금 그린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조용히 공을 내려늫는다. 다음 샷을 위해,
인생도 그렇다. 한 번의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티잉그라운드에 서는 용기로 이어진다.
오늘 나의 공은 어디에 놓여 있나?
러프일까? 벙커일까? 아니면 페어웨이 한가운데일까?
어디에 있든 상관없고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시 스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 위에서, 나는 그 행복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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